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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모한 증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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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2,178회 작성일 20-08-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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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모한 증원 정책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개별 의과대학의 정원 문제. 과연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새삼스럽다 할 사회적 담론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정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이유 중 하나로 정원 40명 이하인 소규모 의대 입장에서 입학생 규모가 너무 작아 학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학생 수를 80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한 축을 이룬다.

이런 주장은 최근 정부의 정원 증가 주장에도 담겨져 있다. 의과대학이라면 최소 정원이 80명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의과대학 평가를 경험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정원 40명 규모의 대학이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대학의 학사 운영을 위해서는 기초의학교수 25인과 임상교수 87인을 확보해야 한다는 어려움과 불평 속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규정은 입학 정원이 100명이 넘는 대학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최소 적용기준이다.  

40명 군소대학 증원 논리 가세한 정원 확대론, 교수·인프라 확충 없는 본질 왜곡

최소 필요 교수수의 확보 이외에 의과대학 평가인증 요건에서는 의과대학이 단순 강의방식에 의한 교육에 의존하지 않도록 토론식 수업도 장려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토론식 수업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효과적인 토론식 수업은 대략 8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토론이 흔한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8명이 초과하는 그룹은 대개 소규모 토론수업이 갖는 역동성이 감소되기에 적정선의 상한선이 설정되어 권장되기도 한다. 40명 정원인 경우 5개 그룹만 만들어도 학년 별로 소규모 토론식 수업이 가능하다. 간편한 점이 있기도 하나 의과대학의 소수 교수 인원만 참가해도 가능하기에 의과대학 내 교육을 위한 집단형성에 불리한 약점도 동시에 지닐 수밖에 없다.

즉, 교육에 참가하고, 교육의 가치를 존중하고, 의과대학의 교육을 위해 보다 헌신적인 교수 집단의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의학교육자들 사이에서도 40명 이하의 소규모 정원을 유지하는 의과대학의 경우 적정규모로 증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40명 정원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강의식 수업을 한다고 해도 40명 정원을 상대로 하는 강의는 100명 이상의 정원을 상대로 하는 강의와 비교하여 교육적 효과는 훨씬 더 짜임새 있고 커질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도 훨씬 더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의과대학의 운영을 위하여 80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떤 이론적 합리성과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현재 의대증원을 주장하는 논리의 하나로 의대 입학정원에 대한 문제를 꺼내드는 것은 본래 적정규모를 갖지 못하는 의대의 해결방안에서 크게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최우수 의과대학인 하버드대학의 경우 16개 협력병원과 1개의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단일 의과대학으로 1만2000명이 넘는 의과대학 교수를 확보하고 있고, 이 중 의사결정에 필요한 표결권을 갖고 있는 교수만 해도 5000명이 넘는다. 이곳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달랑 160명이다. 미국 의과대학 교원 규모의 평균은 의과대학 1곳 당 약 1000명으로 그중 100명이 기초분야를 포함한 비 임상교수이며, 나머지 900명이 임상교수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적 셈법에 의존 한국과 달리 하버드 등 세계 유수 의대, 우수 인재 양성에 혈안

중국의 북경의대는 미국과의 경쟁의식에서 8년제 의과대학 정원을 160명으로 고정하고, 별도로 입학정원 500명 규모의 5년제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북경의대의 기초교수는 680명 정도로 우리나라 모든 의과대학의 기초교수를 모두 합한 규모와 맞먹는다. 여기에 임상교수는 4,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해 본다면 정원 40명 정도의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이 적정규모를 위하여 80명 정도로 늘리겠다면, 학생들의 정원 뿐 만 아니라 교수진의 규모도 이에 비례해서 규모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해야 합당한 논리가 성립할 것이다.

그렇지만 좀 더 세밀히 살펴본다면 의과대학 정원 증가나 교수진 확대에도 그 안에 치명적인 함정이 존재한다. 현재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주제가 되고 있는 ‘의대 정원 증가에 앞서 먼저 선결해야 할 과제라면 우리나라 규모에서 의과대학의 수를 과연 몇 개 기관으로 유지하는 게 합리적인지 그 근사치의 답이라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적정 의과대학 수를 알아보기 위한 논의는 어찌 보면 이미 물 건너간 주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과거 의과대학 신설을 정치적 부패와 표계산을 염두한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되어 이미 전국에 필요 이상의 의과대학 수가 존재한다는 점이 해결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이 80명 수준이 적절하다는 전문가적 판단은 정원이 40명 정도로 적은 대학의 증원이 아닌 두 개 의과대학의 병합이나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왜곡된 것이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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