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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전달체계, 기회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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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소
조회 110회 작성일 20-05-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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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전달체계, 기회 놓쳐선 안 된다

박윤형 (순천향의대 학장/ 객원논설위원)
더 닥터, 2010.06.18.


의료전달체계는 영어의 healthcare delivery system을 번역한 말이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이를 정확하게 번역하면 의료전달체계가 아니라 의료체계 또는 의료공급체계 로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별도로 환자의뢰체계(patient referral system)라는 용어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의료전달체계의 의미는 의료공급체계와 환자의뢰체계를 통합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의료공급체계의 구성 원리는 전문성이 높은 정도에 따라 이용자가 적기 때문에 인구수에 따라 전문기관이나 전문의를 배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론이다. 즉 가정의학과 의사는 전문성은 낮으나 진료영역이 넓기 때문에 소규모 지역사회(진료권)를 대상으로 1차진료를 담당해야 하며 심장내과의 경우는 전문성은 높으나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대규모의 진료권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것이 원칙이며 1차 진료의사가 의뢰를 하면 더욱더 효율적이라는 이론이다.
 
이를 의료기관에 대입하면 1차 진료기관인 의원과 3차 진료기관인 대학병원의 분포와 역할이 달라야 한다는 이론으로 국가에서 전반적인 의료체계를 구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한편 외래를 주 업무로 하는 1차진료 의원과 입원위주의 병원이 협조하거나 경쟁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주요 형태는 전문의가 1차진료에 종사하는지 여부와 병원이 폐쇄형인지 개방형인지에 따라 다르고 각 나라의 전통적인 문화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경우는 전문의가 의원에서 1차진료에 종사하고 있으나 개방형 병원이 많기 때문에 의원과 병원은 경쟁하지 않고 협조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병원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나 전문의(consultant)는 1차진료에 종사하지 않고 병원에만 근무하고 1차진료는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가 종사하기 때문에 협조하고 있다. 영국은 1차진료기관의 의뢰가 너무 많아 병원의 대기환자(waiting list)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의는 의원에서 1차진료하는 동시에 일부는 병실을 운영하고 필요한 진단, 검사기기까지 모두 갖추어 2차진료까지 담당한다. 병원에서도 전문의가 감기 등 1차진료기관에서 진료할 환자에 대해 1차외래진료와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어 의원, 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모두가 경쟁대상인 셈이다.
 
외래환자에 대해 본인부담의 차등적용으로 기능분화를 하고자 하나 의료이용에 대한 가격탄력도(elasticity)를 가질 수 있는 금액에 모자라 큰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 가격 차이는 수입이 낮은 저소득층에게만 영향을 주어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막을 뿐이다.
 
병원, 종합병원에서는 이러한 가격 차이조차도 의원과의 외래환자 유치경쟁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폐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모든 의료기관에 의한 모든 의료기관간의 경쟁 체계인 셈이며 소비자인 환자에 의하여 판정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환자는 그야말로 가격과 제도면에서 가장 많은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1989년에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병원과 소비자의 음성적 반발로 실패로 돌아갔다. 대부분의 나라가 국가의 직접개입(영국), 시장원리에 따른 의료구조의 자연적 개편(미국), 가격조정(일본)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러한 비효율을 조정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가격통제와 낮은 가격에 의한 의료의 하향평준화정책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부문 간 경쟁체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즉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낮은 가격을 적용함에 따라 생존을 위해서는 환자수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공급체계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제도 개혁과 의료수가 개혁이 필요하다. 즉 환자는 충분한 진료를 받으면서 그에 상응한 비용을 지불하고 의원은 외래환자, 병원은 입원환자에 대해서만 진료에 전념해도 충분히 생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수가로 개혁하고 의료공급체계도 이에 따라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책으로 볼 때 정부의 능력으로 개혁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망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의료계는 우선 자체적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실천적 세부적인 사항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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