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공공집착증에 기생하는 의사 강제징용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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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92회 작성일 20-09-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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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공공집착증에 기생하는 의사 강제징용 정책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요즘 의료계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거친 화두 중 하나는 ‘징용(徵用)’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아도 국가의 권력으로 국민을 강제로 일정한 업무에 종사시키는 일이다. 최근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행정명령과 의사를 대상으로 강제 징용하겠다는 법안을 입법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의사에게 근무를 강제하는 것은 그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육 상태와 거의 유사하게 맞물려 비례하는 것 같다. 의사를 포함하여 국민에게 특정 직무를 강제하는 것은 일종의 독재방식에 의한,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군사적 조치의 일환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폭넓게 스며들어있는 아주 뼈아프고 슬픈 제도로써, 아직도 소멸되지 않은 채 정권에 들러붙어 숙주하며 현재에도 진행형을 유지한다. 국민소득 3만 불에 도달한 엄연한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국가의 정치이념과 통치 방식에는 아직도 ‘강제징용’이란 과거 악법이 살아 눈을 부라린다. 보다 성숙한 입장에서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 운영 방식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논쟁이나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우리나라는 자칭 민주화 정권에서 반민주적인 조치를 서슴없이 단행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전체주의 독재정권의 역설적인 모습인 동시에 가릴 수 없는 민낯이고 본질일 것이다.
국가는 경우에 따라 의료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특별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는데, 이런 중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의사의 강제동원’ 논리를 앞세우기도 하는데 실제 민주주의가 정착된 선진국에서 이런 악법을 제정하여 집행하는 나라는 없다.
최근 독일 의사 강제동원 법안 ‘나치 망령’으로 명명 폐기, 기본권 보장 최우선
최근 독일의 2개 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분야에 의사근무를 강제화하는 법안이 제안되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아무리 엄중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비민주적인 요소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직 독일에서도 과거의 무시무시한 나치 파시스트와 유사한 싹을 틔우며 전제주의의 씨앗이 완벽히 사멸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독버섯처럼 올라오고 있지만, 전반적인 국정질서와 민주적인 시스템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과거 ‘나치의 파시스트 망령’으로 오명을 씌워져 속칭 법안 심의 과정에서의 단두대에서 잘렸다고 한다.
현 정권은 갑자기 불어 닥친 코로나 사태를 교묘히 활용하며 정부 고위관료들과 핵심 권력층들이 코로나 사태 해결의 가장 최 일선의 ‘능동적 해결사’로 부각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 사태 관리를 정권의 돋보이는 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뒤늦게 ‘덕분에 챌린지’에 나섰으나, 정작 국가 방역의 최전선에 투입된 의사들의 집단과는 여전히 껄끄럽고 냉랭한 긴장상태에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 침해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틈타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으로서는 “때는 바로 이때”라는 생각으로 오로지 정치적 셈법에 의한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나마 과거 정권에서 형식적으로 밟았던 공청회나 토론회조차 구경하기 어렵다. 이른바 민주화 세대들로 포진해 있을 현 정권에서는 이해 당사자와 특히 전문가 단체들과 진진한 검토 없이 곧장 법안 통과를 목적으로 폭압적인 국회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군사정권 시대보다 더 짜임새 있고, ‘내실 있는’ 독재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얼마 전 유력 외신조차도 일방적이고 굳게 닫혀 있는 우리의 국정 운영 방식을 심하게 질타했다.
교만과 아집 사리분별 못하는 확증편향 국정 방식 공공 명분 내세워 민주요소 제거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기생하며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정치 사회 문화의 느슨한 틈새를 파고들어 견고하지 못한 이성적 판단에 더부살이하며 열악한 정권의 도덕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회적 증상 중 특히 공공집착 증세는 우리사회에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을 크게 우선하여, 결국 개인에 대한 권리침해는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증강시킨다. 전반적인 큰 틀에서 우리사회는 아직 미치지 않은 듯 보이나, 서서히 심각한 광기를 갖기 시작한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미 정권은 오만과 교만증후군이 코로나사태로 심하게 감염된 듯 하고, 이제 선량한 착한 국민들까지 확증편향의 감염 후유증이 점차 확산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공공집착증에 감염된 집단은 한편으로는 과거의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극한 혐오와 투쟁을 부추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사의 강제징용을 집행하는 행정명령과 형사고발을 정당화하여 사회경험을 이제 막 시작한 피교육생의 새내기 의사들인 전공의들을 겁박하고 있다. 마치 교과서적인 이율배반적 정치 모델로 보인다. 자신들이 가장 혐오한다는 정치적 기저이념인 ‘강제동원’ 수단을 자국민들에게 한 치의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실수도 있을 수 없다는 정권은 의사집단의 비도덕적 행동에 대하여 절대로 물러설 일이 아니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최고지도자는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집행하겠다고 재판도 구성하기 전에 이미 결론을 내놓았다.
공공의대와 의대 정원확대의 문제는 의사집단과는 한 번의 공식적인 논의도 없었으나 이미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될 국가적 사안이라고 우기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는 편 가르기에 의한 홍위병 부대와의 약속으로 정작, 중요한 핵심 당사자는 패싱을 했거나,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하생략)
*원문보기 :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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