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3천원대 환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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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06회 작성일 21-10-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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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주부들이 장을 보러 가면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3% 올랐다고 하는데 실제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와는 너무도 큰 차이가 난다.
2015년을 100으로 볼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05.42, 2021년 108.83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장바구니 물가를 좀 더 반영하는 신선 어류나 조개류·채소·과실 등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2020년 121.22, 2021년 136.77로 급등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 대비 무려 12.8%나 올랐다. 이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 입원환자를 둔 의료기관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입원환자 식대는 2006년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된 후 2014년까지 9년간 기본 식대(일반식)가 3390원으로 동결됐다가 2015년 일부 인상되고 2016년부터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자동 인상 기전이 적용되고 있다.
2021년 기준 병원급 환자 일반식은 각종 가산을 다 포함해도 한 끼에 581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의료급여 환자 식대는 가산도 없고 소비자물가도 반영되지 않아 2019년 이후 3년째 한 끼에 3900원이다.
공무원은 공무원수당 규정에 따라 매월 14만원(연 168만원)의 정액 급식비를 지급받고 있다. 2021년 기준 휴일을 제외한 총 근로일수(249일)로 일일 식대를 산출하면 한 끼에 6747원이다.
한국데이터거래소에서 기업체 e식권을 사용한 임직원 5만~6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7월 기준 전국 직장인 점심 식대를 살펴보면 평균 7236원으로 조사됐고,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급식 식비는 2021년 기준 중학교 5588~6135원, 고등학교 5847~6375원이다.
그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률도 가파르다. 최저임금은 2015년 시급 5580원에서 2021년 8720원으로 인상돼 2015년 대비 56.27% 올랐다. 내년 최저임금은 여기에서 또 5.05% 인상된 9160원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저수가는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돌아간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올해 상반기 의료기관은 총 2159곳이 개설하고 1419곳이 폐업해 폐업률 65.7%를 기록한 가운데 병원급 의료기관은 45곳이 개설하고 150곳이 폐업해 폐업률이 333.3%였다. 이 정도면 의료 시스템 붕괴의 시작이다.
병원 환자식은 기본식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식이나 유동식 등 다양한 식사를 제공한다. 게다가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3식을 병실로 가져다주는 룸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당연히 학교 급식이나 직장인 급식에 비해 인건비와 관리비용이 훨씬 더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저수가 체제가 지속되면 지역 중소병원들이 붕괴되고 수도권 대형병원 위주로 의료 시스템이 재편되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 재난을 맞게 될 것이다. 국가가 속히 나서야만 되는 이유다.
*원문보기 : 매일경제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10/976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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