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의료시스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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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73회 작성일 21-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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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된 이후 대학병원들은 입원과 외래 모두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상승하는 등 주로 대형병원 위주로 보장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의 결과로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2015년 9조1596억원에서 2019년 14조9705억원으로 63.44% 급증했고 종합병원도 8조8644억원에서 14조7210억원으로 66.0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병원은 5조5264억원에서 7조5716억원으로 37.01%, 요양병원은 4조2112억원에서 5조9293억원으로 40.8% 증가한 것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향후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10년 후인 2029년 요양기관 전체의 요양급여비 총액은 2019년 총액(85조7938억원)의 약 2.66배인 228조1432억원에 이르고 그중 상급종합병원이 51조1000억원, 종합병원이 52조300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비 때문에 국가가 파산할 지경이다.
이러한 대형병원 위주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1~6월) 중 전체 의료기관은 총 1178곳이 개업하고 850곳이 폐업을 하여 개업 대비 폐업률이 72.2%인데 병원급 의료기관은 개업 47곳에 폐업 132곳으로 폐업률이 280.9%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최근 경기도 시흥에 8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분원이 신설되는 것을 비롯해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이 앞다퉈 추진되면서 지역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복지부에서 지정하기 때문에 병상 수 조절 기전이 있는 반면,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지자체장 권한으로 적절한 병상 수 조절 기전이 없다. 이러한 허점을 틈타 분원 신설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대학병원과 지역 민심을 의식한 정치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대학병원 분원이 대거 신설되고 있다.
국민들은 막연히 '우리 지역에 대학병원 분원이 들어서면 좋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피상적 관점에서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는 그리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지역병원은 고령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병원이 중증, 응급, 고난도 질환 진료와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반면, 지역병원은 진단을 받은 후 입원이 필요한 거주지 지역 고령 환자에게 적시(適時) 입원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이 급증하면 의료비 급증과 더불어 지역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문보기 : 매일경제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9/92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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