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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공공의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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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1,397회 작성일 21-10-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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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생존경쟁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의료 분야에도 비슷한 게임이 있다. 바로 '공공의료 게임'이다. 이 게임은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의사들은 그저 '무궁화가 피던 날' 정도로 생각하고 필수과목 의사들은 의보수가 제정 시 양보를 거듭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옥(?)' 게임의 문이 열린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다. '저수가·저급여'라는 극한의 게임 룰은 차분히 환자를 살필 시간적 여유마저 박탈해버린 채 '3분 진료'라는 무한 질주를 해야만 되는 의마(醫馬) 시대를 연다. 2000년이 되자 '의약 분업'이라는 의사와 약사 간 '쫄려도 편 먹기' 게임이 전개된다. 분개한 의마들은 의마중앙회(대한의사협회)에 모여 총파업을 결의한다. 2000년 의사 총파업이다. 의마들이 파업을 풀자마자 곧이어 '평등한 세상'이란 새 게임이 시작된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다. 모든 의마가 건보 진료라는 마차를 끌도록 한 이 게임은 선택의 여지도 없다. 새 게임과 함께 이마에 세모, 네모, 원을 그린 가면을 쓴 붉은 옷의 감시자도 대거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평등한 세상이 펼쳐지자 의마들은 질(質) 대신 양(量)의 게임을 펼쳐야 함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많은 수의 환자를 보고 숨 가쁘게 달려야만 하는 절망적 레이스다. 평등 게임에서 지친 의마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의욕도 바닥을 칠 무렵 갑자기 'VIP들'이 들이닥친다. VIP들은 공공의마학교(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하고, '그분'이 직접 공공의마병원을 세우고 게임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의마들은 다시금 피가 거꾸로 솟구침을 느끼고 전국 의마 총파업을 결의한다. 2020년 의사 총파업이다. 하늘이 도왔을까. 때마침 전국적인 괴질로 인해 의마들의 총파업은 그분 마음을 잠시 돌려놓는 데 성공한다.

의마들은 그분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어느 '운수 좋은 날' 의마중앙회 대표가 그분을 뵐 기회를 잡았다. 의마중앙회 대표는 따져 물었다. 자기 돈으로 의마학교를 졸업하고, 민간 의마병원 짓고, 저수가·저급여라는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의 성과를 낸 민간 의마들의 헌신을 왜 인정하지 않는지, 굳이 공공의마병원을 설치하려는 이유는 뭔지.

의마중앙회 대표의 질문에 그분은 작은 소리로 "삶이 재미가 없어서…"라고 내뱉고는 숨을 거두고 만다. 그분을 살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때마침 휴대폰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컬러링으로 흐르고, 전화를 받으니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공공의료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원문보기 : 매일경제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10/10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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