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대신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 의료 개혁 원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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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13회 작성일 24-04-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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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의사 투쟁에 선배의사가 보내는 메시지 ④
2000년에서 2000명까지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업무정지 3개월 처분 통지
의약분업으로 촉발된 ‘의권쟁취투쟁’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2000년의 늦은 여름 어느날 보건복지부에서 보낸 등기 우편물이 필자가 운영했던 클리닉에 송달되었다. 우편물을 열어보니 ‘의료계 총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여 휴업했다고 의료기관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통지서였다.
‘업무정지’ 통지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하이텔 KMA 대화방에서 당시 정부의 의약분엽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게재했기 때문. 대책회의를 위해 의협 동아홀에 모인 43명의 ‘통지’ 동지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처분이 불씨가 되어 의료계 분위기가 재차 강력한 투쟁으로 흘러가자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의협과 협상, 업무정지 대신 ‘경고’ 처분만 하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일단락이 된 것은 이뿐, 공권력은 이들 43인에 대한 세무조사와 현지조사 등 이잡듯 털어내며 공권력의 뒤끝을 ‘제대로’ 선보였다.
중략
2000년에서 2000명까지, 그 고단하고 기이한 여정의 끝
전공의라는 린치핀의 이탈로 인해 한때 세계적 자랑으로 여겼던, 그러나 실은 말도 안되는 고단하고 기이한 여정을 이어온 대한민국의 ‘공장식 의료시스템’은 이제 붕괴되었다.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대한민국 의료는 결코 그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렇게 돌아가서도 안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박리다매 공장식 의료시스템의 부작용인 과잉 의료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붕괴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하여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포퓰리즘에 취해 그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다.
건보재정 파탄이 예고된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없이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을 무한정 증설하고, 늘어난 병상을 돌리기 위한 전공의를 공급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대폭 증원하면 결국 건보재정 파탄과 건보료 폭탄으로 국민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유난히 ‘2000’이란 숫자에 집착하는 정부에 대해 2000개 초교 늘봄학교, 국민 2000명과 신년음악회를 즐긴 대통령, 학폭 조사업무에 전직 수사관 2000명 투입, MZ 공무원을 붙들기 위한 2000명 직급 승진 등 사례를 들면서 대통령의 멘토라는 ‘천공’의 성이 이씨라 ‘이천명’이라는 풍문이 떠돌기까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취임식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언급하면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증원에 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 대신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찌 되었거나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시작된 2000년에서 2000명까지 이어진 ‘실은 말도 안되는 고단하고 기이한 여정’의 끝이 올바른 의료개혁의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출처 : 의사신문(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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