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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수가 협상’과 쥐어짜는 한국의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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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204회 작성일 25-03-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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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  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


매년 봄과 함께 수가 협상이 곧 시작될 예정이다. 매년 그러하듯 2026년도 수가 협상 논의를 위한 분위기 역시 벌써부터 녹녹치 않을 것이란 침울한 전망이다. 나라마다 수가 협상 방식과 내용은 다르지만, 이 논의의 장에서는 결국 의사에게 지불하는 보상 규모가 협상의 쟁점이자 핵심이다. 캐나다는 미국과는 달리 ‘조세 바탕 의료’로 주치의 제도를 실시하는 국가다. 따라서 환산지수 점수나 상대가치라는 용어는 수가 협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용어는 미국 연방정부의 공보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방식으로 우리나라 상황과는 맞지 않는 방법인데도, 마치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식과 도구로 줄곧 적용되고 있다. 협상에 치과의사나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캐나다는 주(Province) 단위로 협상이 이루어지는데, 온타리오 주는 의사 복무 계약(Physician Services Agreement)에 의해 4년 단위로 진행된다. 현재는 2024~2028년 기간에 대한 수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협상 당사자인 온타리오 주 의사회 대표와 온타리오 주 보건부 간 협상이 진행된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이 문제를 숙려와 중재 방식으로 회부 할 수 있다. 협상이 합의에 도달한 후 의사회는 의사지불위원회(Physician Payment Committee)의 절차를 통해 세부적인 추진 일정에 대한 보완과 후속 조치를 연속해서 협상하게 된다. 2024~2028년 일정에 대한 최종 확정 계획은 2025년 4월 1일에 개시할 예정이었으나, 2024~2028년 의사 서비스 계약의 1년 차 수여를 최대한 활용하는 새 제안을 받아들여 2026년 4월 1일로 제출 기한이 연장됐다. 이러한 상황만 보더라도 수가 협상을 자정쯤 결정하고, 그나마 합의를 못하면 벌칙을 가할 수 있는 의료 독재국가인 우리나라와는 논의와 협상 방식이 매우 달라 보인다.

온타리오주 수가 인상 배경은 주민 의료사막화 방지 최우선

온타리오 주 보건부와 온타리오 주 의사회(OMA)는 2024~2028년 의사 서비스 계약(PSA) 1년 차 중재 판정(Award)에 따라 우선 2025년 1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제공된 서비스에 대하여 9.95%의 임시 형태의 중간 보상 인상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 수가 인상폭이 통상 2~3%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획기적인 인상폭이다. 최종 확정안이 아닌 임시 형태의 9.95% 수가 인상은 온타리오 주 의료수가표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 금액으로 적용된다. 2024~2028년 의사복무계약(Physician Serviced Agreement) 1년 차에 대한 9.95% 보상 증가율은 2021~2024년 PSA 3년 차 2.8% 소급 보상 증가율에 더해져 2025년 1월 1일과 2025년 3월 31일 사이에 제공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실질 지급액은 무려 총 13.0286%p 증가 폭에 이른다.

온타리오 주 정부가 비록 잠정적이기는 하나 예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가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두 가지다. 의사에 대한 저보상이 최소 220만명의 주민들이 주치의인 가정의를 만나지 못하는 ‘의료사막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사 집단의 주장과 가정의가 없는 주민 수가 불과 수년 안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 때문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 없이 앞으로 주치의 제도는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매우 지배적이기도 하다.

전임 온타리오 주 의사회 회장은 의료 현실은 오늘이 아닌 지난 2001년 이후 경제적 상황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캐나다 C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의사 업무량 증가와 추가 인력에 대한 필요성으로 가정 의가 받는 총 급여액이 경제적 변화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온타리오 주 의사회는 진찰료로 37.95달러(약 3만8,900원)를 청구하는데, 최근 캐나다 이발비용은 40달러(약 4만1,000원) 정도 소요된다고 비교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이 같은 비교를 매우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초진료가 2만원이 안 되는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진정한 개혁은 ‘처단’이 아닌 질 향상 보장을 위한 인적 자원 육성

지난 10년간 캐나다의 인플레이션은 약 25%였다. 그동안 가정의 평균 연간 청구액은 6.1% 증가에 그쳤다. 가정의의 순수입 감소는 일부 가정의의 은퇴나 타 임상 분야로 전향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가정의 개원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온타리오 주 주치의(가정의)는 모두 파산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인지 캐나다 레지던트 매칭 서비스(CaRMS)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졸업생의 30% 미만이 1순위로 가정의학을 선택했다. 지난 2015년에 38%를 기록한 이후 수년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일부 저명한 가정의는 졸업생이 가정의로 개원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만류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 보건부는 2023~2024년 수가 인상분을 2.8%로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가정의학을 하지 말라는 조치라는 비난이 쇄도한 바 있다.

온타리오주는 가정의의 선택에 의해 두 가지 지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가정의의 약 40%는 행위별 수가(Fee for Service) 청구 방식의 모델이고, 나머지 60% 정도는 환자 등록(Capitation) 형태의 모델이다. 환자 등록 모델에서는 환자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주치의에 등록된 각 환자에 대해 연간 일시금을 의사에게 지불한다. 예를 들어 60~65세 성인 남자는 256.34달러로 한화로 약 26만원에 해당한다. 행위별 수가제에서 평균 진찰비는 37.95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3만8,900원이다.

온타리오 주 설문 조사에서 가정의는 주당 약 19시간을 행정 업무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일과 관련 없는 문서작성 업무에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환자를 의뢰하고, 의뢰가 거부당하고, 다시 수정 의뢰, 그리고 온갖 종류의 데이터 입력 처리, 장애인 세액 공제 작성, 각종 보험 양식 작성, 병가 증명서, 장애인 스티커 발부 조치 등 각종 행정 업무 부담이 너무 커진 것이다.

캐나다 BC(British Columbia) 주는 최근 의료비 지불제도 개혁을 단행해 가정의가 검사 결과를 검토하고 다른 전문의와 상담하고 임상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데 소요된 시간에 대해 보상을 제공한 이후, 약 700명의 가정의가 새로이 개원해 단 1년 만에 약 20%p 증가하는 기록이 나왔다. 이 점에서 진정한 개혁이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5월이면 우리나라는 2026년도 수가 협상 시즌에 접어든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불공정 보상을 공정한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료 개혁의 구호가 과연 필수 의료를 되살리는 의지의 표현인지, 아니면 정권마다 구호에 그친 실패한 개혁의 복사판이 될 것인지, 미리 기대치를 대폭 낮추는 것이 의사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씁쓸하다.

 *출처: 청년의사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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