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의료인 자살로 장관 기소…반면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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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6회 작성일 25-05-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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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의대 명예교수)
지난 2023년 프랑스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미래의사회’는 파업을 통해 1주일에 한 명 정도의 전공의가 자살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심각한 의료인 자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병원에서의 의료인 자살 유행병(epidemic of healthcare worker suicides in hospitals)’ 이라고 명명하며 깊이 있게 다뤘다. 의사, 간호사 등 병원 근무 의료인 유가족 13명, 의료 전문가 15명, 그리고 병원장 1명은 관련 부처 장관 3명을 프랑스 공화국사법재판소(프랑스어: 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 영어: Court of Justice of the Republic)에 기소했다. 병원계에 퍼져가는 자살 만연 현상을 막아보기 위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공화국사법재판소는 고위 공무원인 장·차관의 부정행위 사건을 재판하기 위해 지난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설립한 특별 법원이다. 전·현직 장관이 직무 수행 중 저지른 범죄만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공화국사법재판소가 설립되기 이전에는 프랑스 장관들은 일정 수준의 사법 면제 혜택을 누렸다. 프랑스는 2020년까지 법원 설립 이후 장관 10명을 공식 기소했으며, 그중 5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병원에서 의료종사자 자살 유행병으로 프랑스 공화국 사법재판소에 소환된 고위 공직자는 노동·보건·연대·가족부 장관, 보건·의료 접근부 차관, 국립교육·고등교육·연구부 장관으로 과실치사, 기관 내 도덕적 괴롭힘, 기타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佛 유력언론 “안전망 없는 근무 환경,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라는 명령”

프랑스 르몽드지는 익명의 원고와 인터뷰를 통해서 병원의 조직 개편, 대화 단절, 고위 간부 간 갈등, 산부인과 병동 폐쇄, 위험한 수술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예산 초과 등 여러 가지 업무 관련 스트레스 등이 자살을 유발하게 됐다고 분석한 내용을 전했다. 원고는 병원 환경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정부를 비난했고, 마치 "조종사에게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라는 명령처럼 병원이 붕괴된 상태"라고 진술했다.
프랑스 공립병원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대폭적인 지출 삭감을 해야 했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은 오랫동안 인력 부족과 저임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AFP 통신이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19명의 원고는 보건부 장관과 고등교육부 장관이 프랑스 전역의 병원에서 근무자와 수련 직원에게 완전히 불법적이고 치명적 근무 환경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제출한 소장에서 이들은 자살로 인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장관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과실치사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소장에 의하면 불법적인 초과 근무 강요, 협박, 규제 체계를 벗어난 강제 노동과 전체주의적 경영 관행이 묘사돼 있고 자살 사건 기록이 개별 또는 체계적으로 완전히 무시됐고 현행 공립병원 정책을 바꾸려는 정치적 인식이나 의지가 전혀 없었다. 특히 알자스 북동부 지역, 프랑스 남부 에로 지역, 파리 서쪽 이블린 지역 병원 세 곳에서 자살 급증이 특히 심각함을 폭로하고 있다. 2023년 알자스 한 정신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자살 전 여러 통의 편지로 자신의 엄청난 업무량과 인사관리의 부당한 처우를 지적한 바 있다.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두 여성도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환자에게 위험한 의료환경, 기관과 관리자도 법적 책임 피할 수 없어
이번 고소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는 공공의료 부문이 민간 기업이었다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어 공공병원처럼 근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구조조정 정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경영진은 누구든 유죄 판결을 받고 회사가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고소 사건은 도덕적 괴롭힘과 자살을 시도하는 직원 개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부연 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이처럼 심각한 인간적 비극을 겪어야 했던 의료종사자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음을 표명하고 보건부가 사법부에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환자에게 위험한 의료환경 문제로 병원이나 병원 연합체가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파리와 그 인근 38개 공립병원으로 구성된 연합체도 소송을 당한 바 있다. 2023년 파리 유럽 조르주 퐁피두 병원 심장 전문의 자살 사건에서 병원은 도덕적 괴롭힘 혐의로 5만 유로(약 7,800만원)의 벌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프랑스 공립병원 내 자살 건수에 대한 중앙화된 데이터는 없으나 사회적 보고 의무는 2022년 이후 제도화됐다. 그러나 필수 정보는 아직도 종종 누락 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의료계가 아닌 통신 분야도 2019년 직원 자살 사건이 끊이질 않자 최대 7만5,000 유로(약 1억1,707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여기에 두 명의 고위 관리자는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대란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사태는 2년째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다 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 진료 유지 명령, 사직 금지 명령, 면허취소 등 온갖 ‘독재적 월권행위’를 하는 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잔인한 독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권위적 관료주의를 신봉하는 전체주의자들로 보인다. 교육부도 미복귀 학생들에게 제적 위협을 가하며 현재도 의학교육에는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나 교육부를 보며 과연 부총리나 장차관의 국민만을 바라본다는 정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의정 사태를 프랑스 기준에서 보면 탄핵 된 대통령이나 관련 장·차관급은 분명히 형사 범죄 대상으로 보인다.
출처: 청년의사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8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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