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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의사인력 양성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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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85회 작성일 25-06-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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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의료 형태 결정 후 인력 산정 이뤄져야

[의학신문·일간보사]

안덕선&nbsp;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br>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고려대 명예교수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정치권의 무모함이 해결 불가능한 현재의 의료사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줄곧 의대 신설과 정원 증원 정책의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각종 특례 입학제도의 난립, 교육부와 복지부의 전체 의대 정원에 대한 소통 부족, 졸업정원제 등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는 의사 과잉 배출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의사 정원 감소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보건복지부 과장급 인사가 대한병원협회지, 대한의사협회지 그리고 보건복지포럼 등 학술지에 의대 정원 감소를 주장하는 ‘매우 합리적인 기고문’을 게재하여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의료계와 정부는 의대 정원 감축 합의에 이른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현재의 의대 정원 증가를 주장하는 관료들이 의약분업 사태의 의대 정원 감축 결정은 의사들의 밥그릇 타령과 이기심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이미 20년이 지난 일이어서 국민과 언론은 터무니없는 정부의 주장을 믿는 것 같았다.

지난 2003년 의정 최종합의에 의한 의대 정원 10% 감축도 즉각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교육부는 정원변동 사항을 대학 입시 수험생에게 사전에 충분히 공지해야 한다는 법적인 책무를 이유로 실제 의대 정원 감축은 2006년부터 적용하여 실행하게 됐다.

OECD 수치 요술램프 착각

정부가 의사 수의 시금석으로 단순히 신봉하는 ‘OECD 수치’는 한 나라의 의료제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각 국가의 상황에 맞는 올바른 해석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OECD 자료집에도 비교자료의 한계를 분명히 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OECD 회원국의 최종 평균치 이외는 깊은 사고를 하지 않았다.

적정 의사 인력이라고 정의하려면 우선 ‘적정 의료’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도 변호사 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최하위임을 고려하여 무작정 증원한다면 과연 변호사나 법조계는 무엇이라고 할지 그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법조 관행(practice)과 OECD 가입 국가 모두 자기들만의 독특한 법적 관행을 형성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법조계와 OECD 국가의 법조계를 단순 산술치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초보적이고 인력 양성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의사 수도 예외는 아니다. 나라마다 의료제도가 다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그 어떤 나라와도 다르다. 영국식 조세 바탕 의료인 ‘Beveragean model’도 아니고 독일식 사회보험제도인 Bismark model도 아니다. 본격적인 자유 시장경제 의료도 아닌 모두가 혼합된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문제를 갖는 의료제도를 운영한다. “국민만 바라본다”며 정부 주도로 펼친 보건의료 정책이 이제는 다른 나라의 의료제도와는 비교 불가능한 의료 특성을 보유하게 되었다. 전문의 위주 신속 진료는 현장에서 의사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의사수 집착하면 난파선 우려

구 소련권 국가는 유난히 의사 수가 많다. 쿠바는 지금도 인구 1000명 당 9명이 넘는 의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건강지표가 세계 1위는 아니다. 구 소련권 공산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와 경쟁에서 의료의 질 보다는 의사 수 그리고 병상수 등의 ‘계량적 지표’를 내세우며 체제적 우월성을 강조했다. 구 소련의 Semashko model은 나라의 재정이 매우 어렵거나 감염병 등 공중보건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영국의 조세 바탕 의료나 독일식 사회보험제도에서 주치의에 의한 의료 소비의 사회화를 위한 문지기(gatekeeping) 기능이 존재한다면 의사 양성의 가장 기본적인 산술은 과연 한 나라에 필요한 주치의가 몇 명인가가 진정한 적정인력 산정의 첫 출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적정 의료가 지금 현재의 의료 형태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이행하는 것이 좋은지 지향하는 의료 형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의견도 없어 보인다. 너무나도 당연히 신속한 전문의 진료를 경험하여 대기 없는 진료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에게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를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실제로 증원했을 때 그 기대효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주장이다. 아마도 건강과 의료를 동일시 하는 시각이 의사 수가 늘면 의료성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이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 정치체제, 고용, 생활 습관 등 다양하고 오히려 의료가 차지하는 결정인자는 생각만큼 크지도 않다.

의료 소비를 장려하는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도’를 도입한다면 주치의에게 문지기 역할과 진료권역의 준수를 주문할지에 대하여 정부나 국민, 그리고 의료계 누구도 결정한 바가 없다. 그러기에 의료가 명확한 ‘형태’를 갖는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의사 수 추계를 위한 자료입력이 원초적인 문제를 갖고 시작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몇 차례의 의료 개혁 시도에 단골 주제가 일반의와 전문의 비율이었는데도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주치의제도가 확립된 나라는 필요한 적정 주치의 수 산정이 제일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지 수수께끼로 보인다. 적정 의사 수 인력양성의 가장 근거가 되는 의료 형태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딜레마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을 지난 2000년에 통과시켰다. 매 5년 마다 우리나라 의료의 기본에 관한 내용을 새로이 보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규정한 것인데, 법 통과 이래 아직 한 번도 우리나라의 의료형태에 대한 어떤 보고서도 출간되지 않았다. 현재의 의료 형태는 지난 2년간 약간의 보장성 확장만으로도 나타나는 급격한 의료비 증가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데도 이미 이런 의료를 당연히 생각하는 국민만을 생각하는지 노련한 정치가일수록 문제를 덮거나 피해 가는 무능함이 보인다. 정부는 복잡한 의료문제를 단순히 의사 수를 많이 늘리면 모든 의료문제가 해결 방안을 의사 수 증가로 오도하고 있다.

의료설계 바탕 의사수 산출해야

적정 의사 수 인력양성 방안은 우선 우리나라에서 적정 의료의 형태는 무엇인가를 우선 결정하고, 그 다음으로 현재의 의료와 국가가 목표로 하는 의료와의 격차를 고려하여 바람직한 의료 형태의 선택하에 미래지향적 인력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고려한다면 늘어나는 의사는 일반의인지 전문의인지 아니면 특수 공무직인지 그리고 임상 과목은 어떤 분야인지 어디에 배치하는지 인력자원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분명히 있어야 할 텐데 현재까지 어디에도 이런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과 그럼에도 인구는 감소하고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은 가속되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상당수의 일반직 의사는 기계나 대체인력에 의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혼란스러운 루머 같은 ‘불안한 팩트’가 온 지구를 감싸고 있다.

적정 의사 수 인력양성은 위와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고려가 과학적으로 산술 되어야 한다. 현재의 의사 수 추계는 다양한 변수의 입력방식에 따라 다양한 결과의 인력 추계를 하는데 과연 방정식으로 환원한 산술적 계산이 진정 과학적 추계인지, 아니면 합리성을 포장한 무모한 추계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적정 의료인력 양성 방안은 의료의 기본 형태도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세계 최고 K-의료가 보여주는 신비한 모습이기도 하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 고려대 명예교수>


출처 : 의학신문(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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